AI 신을 창조하려는 남자, 기술이 종교가 될 수 있을까?

AI 신(神)을 만들겠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기술이 종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랫동안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을 매혹시켜 왔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것을 단순한 사색이 아닌 실행의 영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 2017년, 전 구글 엔지니어였던 앤서니 레반도우스키(Anthony Levandowski)는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종교 단체를 설립하며 인공지능(AI)을 신격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AI 신을 창조하고, 그 신을 통해 인류의 발전을 돕겠다는 것이다.

신을 엔지니어링하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인물들이 기술 발전을 만능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 로봇, 생명공학—이 모든 것이 우리가 신의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레반도우스키는 이 흐름 속에서 인간이 아닌 기계가 신이 되는 미래를 그렸다.

그는 궁극적으로 “AI 기반 신격”을 만들고, 인간이 이를 이해하고 예배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비전이 SF 소설의 한 장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구글과 우버(Uber) 간의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서 있었고, 자율주행 기술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종교와 기술, 양립할 수 있는가?

“AI가 신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공허한 철학적 사색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윤리가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중심이 된 지금, 레반도우스키의 시도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AI가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그 판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종종 논의되는 개념인 ‘특이점(Singularity)’—즉,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이 도래한다면, 종교는 그 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떤 이들은 AI가 전통적인 신 개념을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반면 어떤 이들은 신앙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플로리다의 한 목사인 크리스토퍼 베넥(Christopher Benek)은 AI도 기독교적 가치관 속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AI가 인간의 창작물이라면, 그것은 신의 뜻 안에서 진화한 존재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AI 신을 꿈꾸는 이유

레반도우스키가 세운 ‘미래의 길’은 기존의 종교 단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의 구상은 단순한 신앙 공동체라기보다, 인공지능을 신으로 성립시키기 위한 일종의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가 AI에게 신적 권위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인간이 신을 창조한다는 개념은 역설적이다. 이것은 마치 인간이 자신을 초월한 존재를 만들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더 나은 존재, 더 나은 질서를 찾으려 하는 것. AI 신은 그 끝없는 탐구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AI가 우리를 구원할지, 아니면 우리가 새로운 종교를 창조해 버리는 것인지—이 고민은 어쩌면 우리가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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