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로봇과 경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까?
기술 혁명이 몰고 오는 변화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수년 전, 시애틀에서 기자로 일하던 시절, A는 한 회견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스티브 발머의 발언을 들었다. 그는 워싱턴주의 교육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지역 인재를 충분히 고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학교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그 당시, A는 화가 났다. 워싱턴주의 부유층에게 부과될 세금을 반대하는 캠페인에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인물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 세금은 공교육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수 있는 중요한 자금원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고, A는 이제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A의 분노는 불안으로 바뀌었다.
자동화 시대,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기업 실적 분석을 담당했던 기자 시절을 떠올려 본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그런 보고서를 대신 작성하고 있다. A가 찾아본 최고의 연구들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내에 미국 내 일자리 중 약 50%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한다.
‘제2의 기계 시대’, ‘제4차 산업 혁명’, ‘정보 경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이 변화에 맞설 준비를 끝내지 못했다.
시애틀은 기술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도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은 시애틀 다운타운의 사무실 공간 중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높은 연봉을 받는 기술 인력들이 몰려들면서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이 변화의 흐름에서 지역의 공립학교들은 어디에 있는가? A는 자신의 아이들이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가르쳐 줄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아이들이 맞이할 경제는 더 이상 ‘초급 인력’에게 자리를 열어주지 않는다. 사다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시작점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평균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향해야 한다.
워싱턴 주는 오랫동안 공립 교육에 대한 예산 지원을 소홀히 했다. 결국 주 대법원에서 “주정부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고, 매일 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해결책조차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A의 아이들이 다니게 될 동네 공립학교는 몇 년 전부터 ‘실패한 학교’라는 딱지가 붙었다. 4학년과 5학년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수학 시험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수십억 달러를 창출하는 테크 허브인데도 말이다.
MIT 교수들이 쓴 『제2의 기계 시대』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을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미래의 노동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A가 사는 지역의 사립 몬테소리 유치원은 연간 수업료가 2만 달러에 달한다. 최상위 사립학교에 아이를 보낼 경우, 대학 이전까지 70만 달러가 필요하다.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결국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립 교육의 현실: 가난한 아이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공교육이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시애틀 공립학교 중에서도 일부 시범 운영되던 몬테소리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점차 빈부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를 낳았다.
교사들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몬테소리 반과 일반 반을 합쳐버렸고, 기술 교육은 결국 제외되었다. 공교육에서조차 ‘기술’은 필수 과목이 아니라 선택 과목 취급을 받고 있었다. 빈곤한 학생들에게는 접근할 수 없는 교육으로 남았고, 이는 곧 그들이 미래의 직업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워싱턴 주의 교육감은 A에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기술 교육을 기본 교육의 일부로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부가적인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강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2040년까지, 미국 내에서 시간당 20달러 이하의 일자리 중 83%가 자동화될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반면, 기술 분야의 직업은 평균 임금보다 배 이상 높은 보수를 받는다. 교육이 곧 불평등을 결정짓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공교육이 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순간, 가난한 지역 사회는 더욱 깊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는 고민 끝에 지역의 부모들과 힘을 합쳤다. 단순한 불평을 넘어, 직접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지역 로봇 공학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학교에서 방과 후 레고 로봇 리그를 운영하기로 했다. PTA 모임에서 몇 명의 학부모들이 자원했고, 다행히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기술 교육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삼고, 모든 아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의 경제를 형성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쟁할 도구조차 제공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미 그들을 실패로 이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술 혁명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그 속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A는 우리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회는 지금 우리가 만드는 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