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은유

시리, 은유를 배우다: 1,100년의 언어적 여행

사람들은 종종 상징적 언어를 통해 무언가를 “이해한다(grasp)”고 표현합니다. “이해”라는 단어의 뿌리는 물리적 개념, 즉 손으로 무언가를 붙잡는 데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 단어를 머릿속의 관념적인 것들을 붙잡는 데 더 많이 사용합니다. 바로 이런 은유적 사용이 인간의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앞으로의 인공지능(AI) 발전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와 펜실베이니아의 리하이 대학교 연구진은 “영어 은유 지도(Metaphor Map of English)”를 활용해 지난 1,100년간 영어가 은유적 의미를 확장해온 패턴을 탐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은유의 창조가 단지 우연적인 산물이 아닌 체계적인 과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은유와 인공지능: 고대의 언어적 알고리즘

애플의 시리나 알렉사 같은 인공지능 비서에게 은유는 아직도 풀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선생님을 찾아줘”라는 요청을 하면, 시리는 대체로 “그건 제 능력 밖입니다”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이해하다(grasp)”라는 은유적 사용이 프로그래밍된 데이터베이스를 넘어서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구는 언젠가 시리와 같은 시스템이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은유를 생성하고 활용해온 과정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AI의 자연어 처리 능력을 재정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어떻게 은유가 진화했는가?

연구팀은 다양한 의미적 영역—예를 들어 “물”과 같은 물리적 세계에서 비롯된 영역과, “마음”이나 “생각”과 같은 추상적 세계—사이에서 단어가 은유적으로 사용된 방식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5,000건 이상의 사례를 평가하고, 단어의 출발지인 “소스 도메인(source domain)”과 이를 적용한 “타겟 도메인(target domain)” 사이의 패턴을 computational 모델에 입력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연구 모델은 지난 천 년 동안의 은유적 확장 사례의 약 75%를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이는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예: “로프를 잡다”)과 추상적인 사고(예: “아이디어를 이해하다”) 사이의 전환이 일관적이고 반복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은유는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일반적으로 물리적이고 외부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단어들이 은유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감정이나 사고와 같은 내면적 개념은 그 은유의 도착점이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촉촉함”이나 “섬유”와 같은 영역이 은유적 표현의 풍부한 소스를 제공하는 반면, “두려움”이나 “자부심”과 같은 감정적 어휘는 종종 타겟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패턴은 단순한 언어적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무형의 세계를 유추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경험에서 출발하여, 점점 더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장되는 여정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사고하고 소통하는지를 반영합니다.

시리와 은유의 미래

이 연구는 단순히 과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인간적이고 창의적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은유적 사고를 배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은유는 단순히 언어적 장식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사고방식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시리에게 “문제를 이해하다(grasp)”고 요청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답을 ‘몰라’ 당황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은유의 역사는 곧 인간 사고의 역사를 밝히며, 이는 AI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긴 여정 속에서, 마지막 한 가지 귀중한 깨달음은 이것일 겁니다. 인간의 언어, 그 심오한 층위와 창조성은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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