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게임: 알파고와 인간의 계

신의 게임: 인간과 AI의 새로운 국면

AI가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매혹과 공포

19살의 중국 바둑 천재 커제(柯洁)는 자신감 있게 선언했다. “나는 절대 인공지능에게 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2017년 봄, 중국 우전(Wuzhen)에서 열린 바둑 대결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패배하며 기계의 능력을 “신과 같다”고 평했다. 그리고 이 충격적인 경험을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결은 단순히 한 인간과 기계 간의 규모를 벗어난 충격을 던졌다. 커제는 뛰어난 전략가이자 세계 1위 바둑 기사로, 이목을 끄는 젊은 천재였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기계의 학습 속도와 ‘직관적인 비전’ 앞에서 생략된 듯했다. 알파고는 그의 선배이자 ‘인간 대 인공지능’의 첫 포로가 된 이세돌을 꺾은 뒤 끊임없는 자기 학습을 통해 더욱 치밀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고요한 인공지능의 심연

알파고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두 개의 ‘딥 뉴럴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수백만 개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자체적으로 반복하며 훈련된다. 이 복잡한 신경망은 마치 인간 두뇌의 뉴런처럼 연결되고 학습하며 개선된다. 이 과정에서 알파고는 기존 바둑 이론을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전략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러한 아름다움은 인간적인 열망이나 예술적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차가운 계산, 정교한 알고리즘, 그리고 무한한 반복 연습의 산물이다.

놀랍게도 이런 맥락 속에서 커제는 알파고를 “열정 없는 차가운 기계”라 일컬으며 그와의 대결을 불쾌하게 회고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기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파고의 성공은 단순히 게임의 승리를 넘어 ‘인간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패배 속의 발견

알파고는 물론이고, 그 뒤로 등장한 여러 AI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더 나아간다. 딥마인드 창립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커제와의 대결 전 이렇게 말했다. “이 대결은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계를 도구로 사용해 새로운 지식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죠.” 그의 말대로, 알파고는 단순히 기계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는 서막을 열었다.

이러한 새 시대의 가능성은 단지 게임의 승패를 넘어서 의료, 과학, 기술의 난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단순히 경쟁에서 협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고요한 혁명과 그 속의 인간

커제는 알파고와의 대결 후 다시는 AI와의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패배는 단순한 한 판의 게임이 아니었다. 미학적 경외와 인간적 두려움이 혼합된 이 대결은 기술과 인간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에게 고요한 혁명을 상기시켰다.

AI가 탐구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는 경이롭고도 두렵다. 커제가 “신적인 기계”라 불렀던 알파고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인간으로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휴먼과 AI의 상호작용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 차가운 기계의 고요한 심연 속에서, 인간이라 불리는 우리 존재는 더욱 빛나고 또 고민할 것이다. 결국 이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겼든, 아니면 커제가 이겼든, 진정 승리자는 우리 모두라는 하사비스의 믿음이 맞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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