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연민을 배우는 인공지능

AI는 어머니처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할머니처럼’ 되어야 한다: 디지털 눈으로 보는 인간적인 연민의 이야기

 

어쩌면 우리가 AI에 바라는 건 단순한 정확이나 빠른 계산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정말로 찾고 있는 건 — 이따금은 무의식적으로 — ‘사려 깊은 판단’ 혹은 ‘조용한 통찰’이다. 그것은 마치 나이 든 외할머니가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넬 때의 느낌과 닮았다. 조용하고, 명료하며, 복잡한 상황의 핵심을 짚어내는 태도. 우리가 AI에게 요구하지 않았으나, 내부 깊숙이 갈망하고 있는 그런 능력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따뜻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구글의 한 안과 의사 겸 연구자가 세운 실험실 안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

리리 펭 박사 – 이름에서조차 단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그녀는, 인공신경망에게 ‘눈’이라는 세계를 가르치고 있다. 정확히는, 당뇨병성 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 — 현대인의 눈을 천천히 어둠으로 몰아가는 병 — 을 식별하도록, 기계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 질환은 무섭게도 조용하게 시작된다. 일상의 흐릿함 속에서, 사람들은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나 미세 출혈, 작은 부종, 그리고 ‘보이지 않음’의 그림자는, 어느 날 갑자기 회복할 수 없는 세계를 열어젖힌다. 그래서 조기진단은 곧 희망이다.

AI에게 병을 ‘보게’ 만든다는 것

리리 펭과 그녀의 동료들은 수천 장의 망막 이미지를 기계에 입력했다. 붉은 고해상도 속에서, AI는 점차 미세한 출혈과 병변의 패턴을 학습했다. 단지 명칭만 외우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각의 획득 — 세상의 붉은 층 안에서 구조를 읽는 능력의 형성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다음 질문은 너무도 ‘인간적’이다.

“내 할머니의 눈이라면, 이 AI에게 맡기고 안심할 수 있을까?”

단순히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넘어서, 인간 전문의들의 ‘판단력’을 복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혼자가 아닌, 합의로 판단하는 것. 세 명의 망막 전문의들이 각기 스캔 이미지를 검토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한 다음, 최종 합의된 진단을 도출해내는 과정 — 일종의 ‘의료 민주주의’가 화면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정제된 진단 데이터를 소프트웨어의 기준으로 삼아 모델을 재훈련시켰을 때, AI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병을 식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밀한 피드백 그 자체가 아니다. AI가 닿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기술적 정답이 아닌, 전문가들의 ‘주의 깊은 고민’을 모방하는 일이었다. 그들의 불확실함, 논쟁, 조심스러운 판단까지도 — 기계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서의 고도화.

AI는, 학습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우리가 그 AI를 ‘이해받고 싶어하는 마음’의 거울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단지 진단을 원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개별적 존재’로 고려되기를 원한다. 그러니 리리 펭의 질문은 기술적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론적 질문이며, 윤리적 요청이다.

머신러닝이라는 바다 위에서 기계는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은 기계 속에서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려 한다. 우리는 모두 어디론가 떠밀려 가고 있다 — 더 정교하고, 더 조용하고, 더 회복력 있는 의사결정을 향해.

의학은 언제나 인간적인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인공지능도 그래야 한다.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깊이 이해하는 일.
계산보다 사유에 가까운 판단.
정확함보다 연민이 깃든 응시.

그것이 우리가 AI에게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다움 아닐까.

그리고 결국, 그 목표는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수렴된다:

“할머니의 눈에 맡겨도 되는, 그런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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