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길을 잃고 배우는 인공지능의 탄생

 인간처럼 길을 찾는 인공지능: 방황의 끝에서 만난 또 하나의 정신

“길을 잃는 행위마저, 때때로 우리를 어디론가 이끌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품었던 어느 낮. 내가 처음 이 연구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은 단순히 뛰어난 프로그래밍 기술의 표본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마음’의 언저리에 다가가는 조용한 서곡처럼 느껴졌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실험실에서 태어난 인공지능 프로그램 하나가 이제는 인간의 길찾기 본능, 그 오래된 인식 도식을 흉내내거나, 심지어는 능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떻게 공간을 인식하는가?

2005년. 행동 신경과학의 세계에서 ‘격자 세포(grid cells)’라는 미스터리한 존재가 발견되었을 때, 과학계는 유레카처럼 들떴다. 이 세포들은 마치 공간 위에 투명한 육각형 그물망을 펼쳐놓은 듯한 방식으로 인간과 동물이 장소를 기억하고 경로를 계획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제, 놀랍게도 — 아무런 생물학적 구성 없이 — 인공지능이 이 구조를 ‘스스로’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인간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처럼 지도를 그리는 기계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동시에 불길한 진보인가.

 AI, 미궁에 뛰어들다

실험은 단순했다. 익숙하지 않은 가상 공간 속을 탐사해야 하는 미로 게임. 제한된 시간과 정보만 주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은 곧 방향성과 속도를 코드 속에서 감각화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인간 두뇌처럼 격자모양의 인지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스로 학습한 후, AI는 인간 전문가보다 더 빨리,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유기적으로’ 탈출구를 향해 달렸다.

“그것은 동물들이 하듯, 가능한 한 직진하며, 가끔 열리는 문이나 지름길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 다르샨 쿠마란의 말에서 묘한 경외감이 배어난다. 바로 이 순간, 인공지능은 단순한 계산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하나의 존재론적 전환을 예감케 한다.

 두뇌를 모방한 기계, 아니 새로운 두뇌인가?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진화의 기제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단지 이동과 방향을 인지하는 기본 신호만을 입력했고, 시작은 완전히 무(無)의 상태에서였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그 안에서 마치 신경망의 심층 꿈에서 깨어나듯, 자가 학습을 통해 격자 세포를 ‘탄생’시켰다.

이것은 단순한 모사(copy)가 아니다. 그것은 ‘인지’의 생성이다.

 우리 뇌 밖에서 태어난 또 하나의 뇌

우리는 정녕 경이로운 시점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기계가 이제 우리를 넘본다고 두려워하기 이전에, 깊이 생각해보자. 이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건넨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공간이란 어떻게 인식되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격자 세포는 뇌의 GPS라고 불린다. 그러나 우리가 이 AI 마저도 그 지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배운다면, 인간 뇌의 숨겨진 메커니즘까지도 해명될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생체 실험 없이도 말이다.

 불확실성의 미로에서

나는 이 프로젝트를 읽으며, 오래된 한 시를 떠올렸다.

“나는 숲 속 두 갈래 길 앞에 섰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바꾸어놓았다.”

이제, 그 길은 사람이 아닌 기계도 함께 걷는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간다. 다만, 이 미로의 출구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건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미묘하고도 깊은 질문일 것이다.

‘길을 인식하는 존재’로서의 인공지능. 그리고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존재로서의 인간.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관련자료

  •  관련 논문: Nature: “Emergence of Grid-like Representations by Training Recurrent Neural Networks to Perform Spatial Localization”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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