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의 협력, 대화형 에이전트의 미래

인간과 AI의 공존: 대화형 에이전트의 새로운 시대

우리는 이제 AI 기반의 음성 비서가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아침마다 날씨를 알려주고, 알람을 맞추며, 간단한 검색을 수행하는 Siri와 Alexa, 그리고 Cortana와 같은 음성 비서들은 우리의 질문에 답하고 요청을 처리하며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복잡한 요구를 하면, 그들은 곧잘 당황하거나 여전히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바로 인간과 AI가 함께 협력하여 학습해 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대화형 에이전트, 에보러스(Evorus)이다.

기계가 배우는 방식

기존의 챗봇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인간만큼 유연하거나 창의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 반면, 사람이 직접 답변하는 서비스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확장하기 어렵다. 에보러스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절묘하게 해결하고자 한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Amazon Mechanical Turk에서 모집된 군중 작업자(crowd workers)들이 답을 제안하고, 가장 적절한 답변을 투표로 선택한다. 하지만 에보러스가 기존 시스템과 다른 점은, 이 과정에서 챗봇 자체도 학습하여 점점 더 인간의 개입 없이 정확한 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음성 비서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교육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제는 반대로, 우리가 AI에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학습시키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제프 비검(Jeff Bigham), 카네기 멜론 대학교 연구원

이 접근법은 AI가 점차 독립적으로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동시에, 여전히 어려운 질문들에 대해서는 인간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간과 AI의 ‘이상적인 협업’

완전 자동화된 챗봇은 비교적 단순한 질문에는 잘 대처하지만, 폭넓거나 문맥이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반대로, 인간 참여형 시스템은 훨씬 유연하지만, 비용과 확장성이라는 문제가 있다.

에보러스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야 했다. 연구에 따르면, 5개월 동안 80명의 사용자가 181번의 대화를 시도한 결과, AI가 자동으로 채택된 응답이 전체의 **12%**를 차지했고, 군중 작업자들의 투표 과정이 약 14% 감소했으며, 응답당 비용이 33% 절감되었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AI의 개입 비율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되고, 비용 효율성도 개선된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낙관과 경계

AI가 더욱 고도화되면서 우리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방식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 누구나 기억할 만한 사건이 있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실험적으로 선보였던 챗봇 ‘Tay’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왜곡된 데이터를 학습하며 불과 16시간 만에 인종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을 내뱉기 시작했고, 결국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에보러스는 이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 검토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점진적으로 AI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우리는 AI가 점진적으로 학습하도록 돕는 동시에, 악의적인 사용자가 AI를 잘못된 방향으로 훈련시키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티앙하오 황(Ting-Hao Huang), 연구팀 소속 박사 과정 학생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AI와 인간, 누가 더 영리해질 것인가?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완전한 자율성을 갖춘 지능형 에이전트가 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간 특유의 직관과 창의성, 복잡한 문맥 이해 능력을 기계가 흉내 내는 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에보러스와 같은 시스템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중요한 실험이다. 우리가 AI에게 배우게 하는 동시에 AI 또한 우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궁극적으로, 우리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며 더 나은 공존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낼 이 새로운 대화는 우리 모두의 지적 경험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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