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끝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변화를 꿈꾼다. 1월은 마치 재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불사조 같고, 번데기를 뚫고 세상으로 나오는 나비와도 같다. 혹은 아기 같은 신년, 뽀송뽀송한 살결을 가진 새 출발의 순간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다이어리를 사고, 목표를 세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다짐한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이러한 낙천적인 이미지가 와닿지 않는다. 연말연시에 들려온 비극적인 소식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나는 오히려 끝을 떠올리고 있다. 한 해가 스러지는 과정, 12월의 언어가 주는 무게 말이다. 촛불이 꺼지듯이 사라지는 날들, 나이 든 2024년이 지친 몸을 이끌고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모습.

이러한 감각은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는다. 2025년이라는 숫자는 기이한 실감을 남긴다. 우리는 이제 네온 제네시스 에반게리온이 그린 2015년 도쿄를 지나왔으며, 블레이드 러너의 2019년을 넘겼고, 스타 트렉 세계관 속 2024년 ‘벨 폭동’도 역사 속으로 흘러갔다. 마치 우리가 예언된 미래를 하나하나 지나쳐 오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SF에서 경고했던 거대한 전환점이 아니라, 묘하게도 반복되는 불안감과 불완전한 현재다.

T. S. 엘리엇은 “세상의 종말은 폭발이 아니라 신음 소리와 함께 온다”고 썼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시구는 현재적이다. 인류는 언제나 멸망을 상상해 왔으며, 단지 그 종말의 방식이 시대에 따라 변할 뿐이다. 이 반복되는 멸망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연말에 시를 읽으며 이 고민을 정리하려 했다. 17세기 그림 속 해골, 금화가 쏟아진 지갑, 그리고 한 송이 꽃.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조차 우리는 언젠가 닥쳐올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러니 속에서 역설적인 희망이 있다. 우리가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죽음이 있기에 새로운 시작이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가 있고, 더 나은 친구, 파트너, 가족이 될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그것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새해를 맞이하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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