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시간 속에서 창조와 우연을 탐구하다

원숭이와 셰익스피어: 무한한 시간이 부여된다면 가능한 이야기일까?

우리가 살아가며 떠올리기조차 힘든 물음이 하나 있다. 만약 무한한 수의 원숭이들에게 무한한 시간과 타자기가 주어진다면, 이들이 결국 셰익스피어 전작집을 작성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가정이거나 엉뚱한 상상이 아닌, 1913년 프랑스 수학자 에밀 보렐이 논문에서 제시한 기발한 이론이다. 확률론의 기초를 세운 그의 작품은 시간이 흐르며 흥미로운 과학적 실험과 논의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과학과 예술을 잇는 기묘한 고리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학 덕분에 이 질문은 이제 컴퓨터 과학과 천체물리학의 영역까지 이어졌다. 1979년, 예일 대학의 한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 가설을 검증하려 했고, 놀랍게도 “약간은 셰익스피어적이라 부를 수 있는 텍스트를 생성”해냈다. 반면 2003년 영국의 연구자들은 팩턴 동물원에 원숭이와 컴퓨터를 배치하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원숭이들은 다섯 페이지의 ‘S’로 가득한 텍스트를 생산했을 뿐이다.

2011년, 프로그래머 제시 앤더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어냈지만, 여전히 ‘우연’의 범위는 제한됐다. 그리고 이제, 2025년에는 또 다른 연구가 이 논쟁의 마침표를 찍는 듯 보인다.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의 수학자 스티븐 우드콕 박사는 무수히 많은 원숭이들이 우주의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단 한 페이지의 제대로 된 셰익스피어 텍스트조차 작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실험적으로 한 마리의 원숭이가 타자기에서 ‘To be or not to be’의 첫 단어를 작성할 확률이 900분의 1이라고 계산했다. “그나마 첫 글자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지는 각각의 글자는 29번의 실수 가능성을 내포한다. 일례로, 원숭이가 단어 하나—이를테면 ‘bananas’를 타이핑할 확률은 대략 220억분의 1에 불과하다.

박사가 이 연구를 떠올린 순간은 워터쿡 대학 동료인 제이 팔레타와 점심을 먹던 중이었다. 두 사람은 세탁기가 호주의 물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프로젝트 수행 중이었는데, 다소 지루한 작업을 하던 중 이 논쟁거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었다.

인간은 왜 이런 상상에 매료되는가?

원숭이와 셰익스피어, 그리고 무한이라는 이 소재는 단순한 수학적 호기심 이상의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혼돈 속에서 패턴을 찾으려는 우리의 본능과 맞닿아 있다. 원숭이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문학 작품을 우연히라도 재현할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무질서의 세상에서 의미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투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을 통해 다시금 상기되는 것은, 복잡다단한 혼돈의 세계를 창작이라는 신비로운 행위로 통제해낸 것은 원숭이가 아닌 인간의 손이었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무작위로 무한히 생성된 텍스트가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제한된 시간 속에서 창조된 인간의 노력에 있다.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원숭이는 셰익스피어가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이런 비현실적인 가설은 창조 자체가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동시에 인간적인가를 되새기게 한다.

셀 수 없는 키 스트로크 끝에 마침내 종이 위에 찍혀지는 단어 하나. 그 단어 하나가 품은 의미는 원숭이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할 농도 짙은 인류의 경험과 노력, 그리고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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