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과 불평등: 새로운 계급사회의 도래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고, 인간보다 더 빨리 사고하는 인공지능이 섬뜩할 정도로 예리한 선택을 내리는 시대. 우리가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그려봤던 미래의 모습이, 이제는 현실의 문턱을 넘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혁신에는 이면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인류를 양극화의 절벽으로 밀어 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술의 발전이 불평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다룬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통찰은, 단순히 먼 미래 과학 소설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놓인 우리의 미래를 향한 날카로운 경고입니다. 하라리의 글은 현대 사회의 급진적인 변화와 그로 인해 예견되는 새로운 사회 계급 구조를 마치 조각칼로 새기듯 명확히 묘사합니다.
고대와 현대, 불평등의 축소와 팽창
불평등의 역사는 놀랄 만큼 오래되었습니다. 수만 년 전 러시아의 사냥-채집 사회에서부터 초기 농업 혁명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까지, 인류는 언제나 사회적 불평등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하라리는 중요한 전환점을 짚어냅니다. 20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고자 했던 때 말입니다. 그 시대에는 대량생산 공장과 대규모 군대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노동자와 병사의 중요성을 국가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오늘날 산업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면서 발생합니다. 더 이상 다수의 노동자가 필수적이지 않은 세계. 자동화와 인공지능 그리고 생명공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하라리가 “쓸모없는 계급(useless class)”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생겨날 것입니다.
쓸모없는 계급?
어딘가 불길한 이 단어 속에는, 경제성에 의해 포섭되지 못한 거대한 인구 집단에 대한 냉혹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패배한 게임의 체스 말처럼 무의미해진 사람들. 더 이상 전통적 교육이나 직업 훈련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없게 된 사람들.
예를 들어보죠. 몇십 년 후, 자율 주행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모든 자동차, 트럭, 버스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때가 온다고 했을 때, 수백만 명의 운송업 종사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노동력이 그들의 정치적 힘의 원천이지만, 그런 시대가 온다면 그 정치적 힘은 거의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기술로 강화된 계급 사회
하라리가 지적한 더 큰 문제는, 기술혁신이 생물학적, 경제적 계급의 경계를 영구적으로 굳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공학이 부유층에게만 접근 가능한 지적·육체적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인간 사이의 차이는 단순히 기회나 자본의 차이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몸과 마음의 질적 차이로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팔이 달린” 인간 대 “날아다니는 인간” 사이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더 무서운 건, 이런 미래는 마치 이전의 귀족 체계와 마찬가지로 정당화될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한때 귀족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타고난 자질과 신의 축복으로 설명했는데, 이번엔 생물학적으로 증명된 “우월함”이 그들의 자리를 합리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상상력의 한계
하라리는 우리 사상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우리가 이 새로운 현실을 상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지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원초적인 ‘권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결과에 대한 막연한 경외감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기술은 근본적으로 결정론적이지 않습니다. 산업혁명이 나치 독재와 자유 민주주의 모두를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AI와 생명공학도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입니다.
선택의 순간
과연 불평등의 굴레를 깨뜨리는 방향으로 이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하라리의 물음은 내적 성찰을 강요합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원합니까?” 글로벌 엘리트의 약속, 노동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계급 사회의 도래에 맞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결단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은 수단에 불과하고, 그 방향은 인간이 결정합니다. 그러나 그 결정이 요구하는 대가는 엄중하며, 우리의 용기와 상상력에 대한 시험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기술이 우리를 대신해 선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