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AI, 그리고 독창성의 경계

표절과 창의성의 시대: 플롯, 복제 그리고 독창성에 대한 오래된 대화

문학적 창작에서 ‘창의성’의 본질은 한 작가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얼마나 독창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로 흔히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 질문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독창성’이라는 개념은 과연 어디까지 실존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가?

이 질문은 현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학사 전반에 걸쳐 플롯의 숫자를 세고 분류하는 작업은 작가들과 학자들이 애정과 논쟁을 쏟아부은 하나의 “스포츠”와도 같은 활동이었습니다. 바로 이 ‘창작과 표절’에 얽힌 이슈는 최근 AI 및 챗봇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창성의 기원: 아리스토텔레스에서 AI까지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에 대한 첫 번째 시도로 두 가지 분류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이야기의 흐름을 ‘단순한 변화’와 ‘복잡한 변화'(역설과 반전이 포함된)로 나누어 서술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상당히 경제적이었지만, 점차 문학이 발전하면서 단 두 가지로 세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드러났습니다.

1892년, 소설이 급격히 번성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루디어드 키플링은 플롯의 수를 69로 선언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풍자적 시로 남겼고, 진지한 주장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롯의 숫자를 구체화하려는 시도는 20세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36개의 플롯을 주장한 프랑스 작가 조르주 폴티나 20개를 분류한 로널드 토비아스 같은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논쟁은 2004년 크리스토퍼 부커의 저서 《The Seven Basic Plots》에서 정점에 달합니다. 부커는 인류 문학의 기본적인 이야기 틀이 단 7가지로 귀결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의 서사를 구성하는 이 플롯들(탐험, 괴물 퇴치, 빈민에서 부유로의 상승, 귀향, 비극, 희극, 재탄생 등)은 《반지의 제왕》 같은 대서사시에서 모두 발견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7이라는 숫자(종교적으로 완전함을 상징하는)로 설명을 마무리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진보하면서 이 오래된 플롯 이론은 또다시 도전받습니다. 2016년, 버몬트대학교의 데이터 과학자들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1,737편의 이야기 플롯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이 창조한 플롯은 결국 여섯 가지 감정 곡선으로 압축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발견은 흥미로우면서도 한층 더 깊은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우리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듯 느끼고, 감동받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면, AI는 이러한 경험마저 도구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AI와 표절의 경계에서: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문학적 환경은 AI 기술과 그 확산이라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GPT 모델과 같은 챗봇은 실시간으로 과거의 방대한 문학 데이터를 결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기술은 표절과 독창성의 경계에 또다른 도전을 제기합니다.

그렇다면, 독창성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과거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로운 문맥에서 재탄생하는 방식도 독창성의 한 유형일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부커가 “7가지 플롯”을 언급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발한 플롯의 추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결국 이야기가 청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창의성: 축적된 과거의 선물

문학의 세계에서 독창성의 의미는 단순히 전례 없는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는 것을 넘어설 때가 많습니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독자와 새로운 대화를 열어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AI는 기존의 서사를 순식간에 혼합하고 복제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 생성 도구로 변모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가 똑같이 보편적이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AI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특별한 순간과 잔상을 발견하며, 그것들을 자기 자신의 경험과 연결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표절이나 플롯 수 계산에 의한 제한은 창작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합니다.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문학의 새로운 장은, 과거와 현대의 연결을 통해 문학 세계의 무한 확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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